[Review] 오펜하이머

- 평점
- 7.4 (2023.08.15 개봉)
-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쉬 하트넷, 캐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드디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새로운 신작이자 첫 인물 전기를 그린 영화 '오펜하이머'를 봤다. 무도 유니버스에서 하하의 독후감 덕분에 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풀 네임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영화로 나온다니 신기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란 감독의 팬 중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고, 얇팍하게나마 이 인물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게 되었는데,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오펜하이머는 세계 2차 대전을 끝내준 무기인 동시에, 전 세계를 또 다른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어마어마한 원자 폭탄을 만드는 맨헤튼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로서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광복절에 개봉을 했고 어쩌면 우리나라가 일본에게서 해방을 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어 알게 모르게 우리와도 관련이 있다.
3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가 너무 길어서 지루할 것 같다라는 생각보다는 어서 이 인물에 대해서 알고 싶고, 빨리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했기에 영화가 끝이 났을 때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사전 공부를 해간다고 해갔지만 예상대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고, 각각의 인물들이 실제 누구를 모티브를 했는지, 지금 이야기의 흐름과 내용 등 큰 맥락들은 이해가 갔지만 시대적 배경이나 정치, 이념적 갈등, 새로운 방식의 플롯 방식, 인물들 간의 관계, 그 장면이 담는 의미 등 놓치는 부분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생각이나 인간관계 등 이해하거나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도 물론 있었고, 앞으로 몇번을 더 봐도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이해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이 오펜하이머라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았으며, 그 커다란 성공 후의 명예와 죄책감, 모순적이면서 이율배반적인 그의 인생이 뒤섞이기 시작하며 혼란스러운 상황 속 그가 처하게 된 모습들을 스크린으로나마 몰입하면서 그의 감정과 입장을 손톱만큼이라도 느껴볼 수 있었다.
이대로 한번만 보기엔 너무 아까워서 내가 놓친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이해를 한 후에 다시 한번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인데, 두번째 보는 만큼 내가 놓친 부분과 장면, 그리고 대사까지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놀란 감독이 영화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CG가 아닌 실제로 재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이러한 폭발 장면도 실제로 찍었다고 하니 어마무시할 뿐 아니라 플롯의 방식도 독특하게 컬러 화면(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맡기 전부터 후까지 그의 물리학 + 인간으로서의 인생 전반)과 흑백 화면(스트로스의 청문회 장면. 스트로스가 보는/평가하는 오펜하이머)이 교차되면서 오펜하이머를 각각 다른 시선으로 보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몰입감과 느낌이 기존의 영화에선 느끼지 못한 것이었는데, 기존의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닌 놀란 감독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을 한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다. 이 밖에도 오펜하이머 자신의 감정에 혼란이 극에 달할 때마다 들렸던 소리가 청중들이 기대감의 발구르는 소리였던 것이 오펜하이머의 모순적인 모습을 잘 나타내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핵폭발 실험이 성공했을 때 영화에선 다들 환호하고 기뻐했지만 실제 당시에는 몇몇은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 몇몇은 슬퍼하고, 대부부분은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에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말이 그 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표현하지 못 할 마음을 대신할 수 있는 오펜하이머의 말이 아닐까.
서로 대척점에 있던 아인슈타인이 오펜하어머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세계는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 너를 어떻게든 내려오게 할 거야. 그러다 나처럼 고통스러운 시간이 오래 지나면 박수를 치고, 상패를 주며 지난 불미스러운 오해를 다 풀고 공을 인정하며 너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겠지. 근데 그 주인공은 너가 아니라 그 상을 주는 그들이야"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실제 오펜하이머가 이 공을 인정받기까지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약 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불과 얼마 전이었다. 모순적인 삶을 산 그였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갔으며, 자신을 끌어내리는 세상에 맞서 격렬히 저항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말 때문이었을까. 마땅히 자신이 견뎌야 할 짐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