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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Review] 아메리칸 메이드 (American 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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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메이드
정의도 법도 그 누구의 편도 아닌 그의 미친 비행이 시작된다 뉴욕에서 워싱턴, 워싱턴에서 시카고로. 고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 외에 그 어떤 즐거움도 없던 민항기 1급 파일럿 ‘배리 씰’(톰 크루즈). 어느 날 배리를 찾아온 CIA 요원 ‘몬티 쉐퍼’(도널 글리슨)에 의해 그의 삶은 180도 뒤바뀌기 시작한다. CIA와 손을 잡고 무기 밀반출을 돕기 시작한 배리는 찰나의 불법 행위로 거액의 돈다발을 거머쥐게 된다. 점점 더 큰 범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그는 결국 FBI, CIA, 백악관 그리고 세계 최대 마약 조직까지 손을 뻗치게 되는데…
평점
6.7 (2017.09.14 개봉)
감독
더그 라이만
출연
톰 크루즈, 도널 글리슨, 사라 라이트, 제시 플레먼스, 칼렙 랜드리 존스, 롤라 커크, 제이마 메이스, 알레한드로 에다, 베니토 마티네즈, E. 로저 미첼, 제드 리스, 프레디 야테, 마우리시오 메지아, 로버트 파리어, 모건 힌클먼, 다니엘 루고, 제이슨 워너 스미스, 윌리엄 마크 맥컬러, 마커스 헤스터, 마이크 프니에프스키, 코너 트린니어, 알파 트리베트
- 이거 합법적인 일인가요?

- 착한 일이니까 합법적이죠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75년부터 1991년 소련의 붕괴 전까지 전 세계는 전쟁이 끝났음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소련을 대표로 하는 사회주의와 미국을 대표로 하는 민주주의가 서로 대립하던 냉전 시기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메이드'는 이 냉전 시기에 있었던 TWA 민항기 조종사 '배리 실'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로 톰 크루즈가 '배리 실' 역할을 맡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야기는 1978년부터 현재까지 배리 실이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비디오테이프로 찍어 담는 과정을 과거를 회상하며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조종사로 일하며 소소하게 (앞으로 닥칠 일들의 스케일에 비하면..) 시가를 밀반입하며 부업을 하고 있던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을 CIA 요원이라고 칭하는 '셰이퍼'라는 한 남자에게 제안을 받게 된다. 제안이라기엔 명령에 좀 더 가깝긴 한 것 같지만 아무튼 제안이란 그의 비행 실력을 살려 중앙아메리카 각지 사진을 찍어오는 임무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저공비행을 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군의 저격에 위험하기도 했지만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게 되고 이러한 실력에 명성이 높아지자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에게서도 콜이 온다. 거액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거액의 돈을 마구 벌어들이게 된다. CIA는 이러한 실의 행동을 알고 있었지만 딱히 제재를 하지 않고 별말 없이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오라는 임무만 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여기에서 미국 정부가 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미국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더더욱 도드라지고 노골적인 태도로 바뀌게 되는데, 결론만 얘기해 보자면 애초부터 미국 정부는 실을 이용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실에게 접근할 때 셰이퍼가 실에게 정중히 제안의 의사를 물은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실의 아내의 이름 같은 개인정보들을 알고 접근했으며, 제안인 척하지만 사실 명령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실이 제안을 받지 않았다면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시가를 밀반입한다는 사실로 협박을 하거나, 구속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사실 영화의 극 초반 셰이퍼와 실이 만나 비행장에서 대화만 봐도 이러한 기조는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리뷰 맨 처음에 적어놓은 짧은 대사이다. 합법적인 일이냐는 실의 물음에 셰이퍼는 '착한 일'이니까 합법이라고 이야기 한다. 얼핏 들으면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다. 착한 일이니까 합법? 그 기준이 누구의 기준인지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 말 직후 셰이퍼는 실이 이상함을 느끼기도 전에 새 비행기를 몰아보라며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고 이 말은 복선이 되어 실은 국가의 잣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는 '합법적인'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만 봐도 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실의 능력만 쏙 빼먹고 일이 자칫 틀어지면 밀반입을 빌미로 감옥에 넣으면 그만이고,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잡아넣을 수 있는 커다란 명분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실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을 도와 일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눈 감아 준 것으로 해석이 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렇게 무지막지한 재산을 벌어들으며 잘 나가던 실은 아내 루시의 남동생이 집으로 찾아오며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루시의 남동생 JB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실의 인생이 나락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JB의 등장으로 인하여 그 시간이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판을 과도하게 벌린 탓에 마약 단속반과 FBI, 주경찰 모두에게 잡히게 된다. 불법 총기 거래, 마약 거래, 밀반입 등 최소 몇십년 형을 받을 죄지만 그는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풀려난다. 그리곤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탑승하여 어딘가로 가게 되는데, 실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대장 겸 친구인 오초아가 자신을 빼내어 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미국 정부가 그를 빼내어 준 것이었다. 영문을 몰랐던 실에게 백악관은 석방을 해주는 대신 마약 카르텔과 접촉하여 마약을 거래하는 장면을 찍어오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목숨을 걸고 실은 성공을 했지만, 언론에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저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평생 도망쳐야 하는, 사실상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야 했다.
 
그렇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러한 상황에서 실은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비디오 테이프에 하나하나씩 주제별로 찍기로 했고 매일 밤을 다른 호텔에서 지내야만 했다. 그러다가 머지않아 실은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고 그동안 찍었던 테이프들로 인해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로,  냉전 시대에 미국 정부에 의해 이용만 당하다가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이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 자체는 전반적으로 스피디한 편집으로 경쾌하게 진행되며 톰 크루즈가 연기한 실 자체가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인물로 표현되어 그러한 느낌이 덜 들지만,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에 남는 공허함이 있다.

사진 출처 : https://tomcruisefan.com

카메라에 색깔 필터를 씌운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거의 영화의 매 장면들은 화사한 색들이 조합을 이루어 멋진 색감을 이루고 있는데, 톰 크루즈를 비롯한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옷과 집의 디자인과 색감, 전직 탑건 출신의 광활한 하늘을 나는 비행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화창한 하늘의 파란색과 울창한 숲과 나무의 초록색, 활주로 흙의 갈색과 심지어 당시 시대 빈티지 st 차까지 오히려 역설적으로 밝고 유쾌하게 표현함으로서 영화가 다 끝난 뒤에 남는 공허함이 주는 영화적 독백이 왠지 모를 슬픔과 애잔함으로 다가왔다.
 
중간중간 그 당시를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듯한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는 당시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경쾌하게 또는 강한 비판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밋밋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담백한 마무리였고, 얼핏 보면 소위 미국 뽕은 아니더라도 과거를 미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더그 라이만 감독이 의도했다고 본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아메리칸 메이드'를 함께 한 더그 라이먼과, 톰 크루즈는 총세편의 영화를 함께 하기로 예전에 약속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톰 크루즈가 직접 우주로 나가서 영화를 찍는다고 화제가 된 그 영화를 더그만 감독이 찍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앞에 두 작품을 너무 좋게 봤는데, 세 번째 작품도 얼른 나오길 바란다 :)